호박꽃 필 무렵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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간 밤에 단비 맞은
호박꽃이 노랗게 피는 언덕 길 따라
옆 고랑을 끼고 올라가면
빨강 고추가 송기 송기 달렸고
또 옆으로 조금 올라 가면
진보라 가지가 까맣게 익어 간다.

또 옆 길로 올라가면
파란 수박덩이가 둥글 둥글 수풀에 숨었고
또 앞 길로 조금 올라가면
노란 참외가
단맛을 풍기며 익어간다.

또 언덕을 따라 올라가면
아기 팔뚝만한 오이가
주령 주령 달렸다.

산 새는 여름을 반기지만
농부의 얼굴에는
땀방울이 맺힌다.

울창한 수목 사이로
덩그렇게 앉은 바위 위로
흰 구름은 쉴 틈도 없이 급히 지나가지만
바람은 후덥지근하다.
여기는 가락(駕洛) 산촌(山村).

※ 가락에서 ...